세상이야기/이세대 이슈

과학으로 본 ‘줄기세포 수사’ 4대 포인트

아진(서울) 2006. 6. 6. 21:10

2006년 05월 16일 17:37:28:09:11

4개월여를 끌어왔던 검찰의 줄기세포 수사가 일단락됐다. 검찰 수사를 지켜본 과학자들은 “전체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검찰은 지난 12일 줄기세포 논문 조작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많은 부분에 대해 “앞으로 과학계가 판단해야할 몫”으로 남겨두었다. 법적 판단이 아니라 과학계가 되짚어볼 문제들을 정리해본다.

-1.‘핵폭탄’ 떠오른 미즈1번-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미즈 1번이 미즈 5번으로 뒤바뀌어 분양된 사실에 경악하고 있다. 미즈 1번은 2001년 9월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인간배아줄기세포로 등록된 뒤 연구비를 지원받아왔다. 미즈메디측은 “NIH에 해당 사실을 알리고 NIH의 방침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실은 단순히 줄기세포를 교체하는 차원에서 마무리되기 어렵다. NIH가 연구비 지원을 중단하고 환수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국제적인 망신까지 살 가능성이 높다. 한 줄기세포 연구자는 “한국에는 체세포 줄기세포가 없을 뿐 아니라 수정란 줄기세포도 관리가 엉터리임을 세계에 알린 꼴”이라며 “국내 수정란 줄기세포들을 재점검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미즈메디병원의 1번 줄기세포는 2002년부터 국내외에 분양해 줄기세포 연구재료로 이용돼 왔다. 국제협력연구를 하려면 NIH에 등록됐던 미즈 1번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미즈 1번을 이용한 논문도 상당수 발표됐다. 국내 대학의 한 연구자는 “미즈 1번을 이용해 실험한 데이터는 모두 폐기해야 한다”며 “많은 정부지원비가 엉뚱한 세포를 연구하는 데 사용됐다”고 밝혔다.

-2. 1번 줄기세포 연구는…-

검찰 조사결과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실린 데이터는 모두 조작이었다. 1번 줄기세포(NT-1)에 대한 공식적인 실험은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줄기세포 진상 조사를 하면서 처음 실시한 것. 서울대 조사위는 그동안 1번 줄기세포에 대해 DNA검사, 유전자 각인 검사 등을 실시해왔다. 이 데이터로 미루어볼 때 ‘처녀생식으로 만들어진 배아줄기세포’라는 게 잠정 결론이다. 그러나 인간배아줄기세포가 아니라 변이를 일으킨 암세포일 수도 있으므로 이 부분을 확인해야한다. 실험에 참여했던 한 생명과학자는 “만약 1번 줄기세포가 처녀생식 줄기세포라면 연구할 가치가 있다”며 “핵이식팀과 줄기세포 배양팀, 분자생물학자 등이 한팀을 이뤄 체계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줄기세포가 만들어진 과정이 불분명하고 ▲재연 가능성이 낮으며 ▲미성숙 난자를 사용한 것인지를 먼저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서울대 수의대팀의 체세포핵이식 기술을 다시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번 줄기세포는 체세포핵이식이 아니었고 나머지 줄기세포는 아예 없었다. 결국 인간난자를 이용해 체세포핵이식을 실시하기는 했으나 제대로 된 것인지 DNA 검증을 해본 적이 없다. 브릭 등 일부 생명공학자들은 체세포배반포 형성률이 처녀생식배반포형성률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실험으로 나온 데이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3. 동물복제도 다시봐야-

과기부는 순천대 공일근 교수팀과 서울대 수의대팀의 동물복제 연구를 계속 지원하기로 했다. 동물복제 목적은 ▲바이오신약 등 상업적인 유용성 ▲멸종위기 동물 복원 ▲인간질환 모델로 사용할 가능성 ▲동물줄기세포 연구를 통한 인간줄기세포 연구 등이다. 과기부는 복제개 ‘스너피’의 존재와 개의 줄기세포 연구가 향후 사람의 줄기세포 연구에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개의 줄기세포 양이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아 사람의 줄기세포와 섞어 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의 한 동물복제연구자는 “동물줄기세포 연구도 전세계적으로 아직 초기단계”라며 “복제의 유용성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4. 도마에 오른 연구비관리-

해당 연구팀이 직접 돈을 지불하지 않고 대학이 관리하더라도 연구비 편취가 가능했다. 이병천 서울대 교수는 친구가 운영하는 약품회사나 소모품을 납품하는 업체 사장에게 부탁해 구입하지도 않은 물품의 허위계산서와 물품명세서를 받아 서울대 연구처에 연구비를 청구했다. 이 돈이 업체로 들어가면 부가가치세와 소득세(10~15%)를 제외하고 나머지 돈을 받는 방식이었다. 또 연구원 명의의 통장과 도장을 관리하면서 인건비를 인출하는 방식은 이공계 연구실에서 여러번 문제가 됐으나 여전히 통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과기부 관계자는 “연구 현장을 일일이 방문하고 감시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라 고치고 싶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은정 과학전문기자 ej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