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젼 24시/감사와 평안

차마 웃지못할 사건 (이친구도 나와 비슷한 헛 똑똑)

아진(서울) 2006. 6. 5. 23:51
 어느 날 시골에서 동료 한명과 옻닭 한마리를 안주 삼아 동동주를 얼마나 마셨던지 머리가 터질것같고 어지럽고. 그자리에서 두어시간 기절하듯이 잠자고 일어나서 덜렁덜렁 걸어가다가 길거리에 조그만 헌책방에서 구경을 했는데, 구석에 오래된 낡은 서양화 그림이 놓여있는 것을 발견하고 자세히보니 서명이 'leeinsung'으로 되어 있더군요. "어!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 같은데… 아참! 이인성이라면 천재 요절화가."
나는 대번에 책방주인한테 "아저씨 이 그림 파는거에요?"라고 말했습니다. 책방주인은 눈이 둥그렇게 뜨고선 고개를 끄떡하길래 나는 속으로 아이고 이거 휭재하는 것 같은 마음으로 기껏해봐야 몇만원 주면 될것 같았는데, 난데없이 70만원 달라고 하더군요. 주인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고 일부러 바가지를 씌운듯…나는 일단 말문이 막히고 가만히 그림을 쳐다보니 수십년 오래된 서양화는 분명하고 초보급 안목이지만 화풍을 자세히보니 이인성의 화풍 같아 보이기도 하길래, 작품의 상태도 좋고 이인성 작품이 맞다면 이정도면 그냥 억단위짜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눈 딱 감고 사서 집에 와서는 마치 로또에 당첨된 사람처럼 마음이 '붕~' 뜨더군요. 온 사방 팔방으로 내가 휭재했다면서 전화들고 자랑을 얼마나 해놓았던지. 술 사라는 친구들이 하나둘이 아닐정도.

그런데 문제는 시간나는 조용한 날에 작품을 가만히 다시보면서 내가 미쳐 생각지도 못했던 결정적인 실수를 발견했습니다. 서명에는 분명히 lee insung 으로 되어져 있는데, 서명 위에 19.57이라는 숫자는 1957년에 작품을 완성했다는 의미.

'앗! 서양화가 이인성은 1950년에 총기사고로 사망했는데… 그렇다면 이건 동명이인의 작품?' 뒷면을 자세히 보니 캔버스 나무 틀에 오래되어 희미하게 보이는 글씨가 보였습니다. '이인승'이라는…그럼 이인성이 아니고 이인승이었구나. 1957년에 이인승이라는 인물이 완성한 작품이엿던 것이겠죠.

어처구니없게도 낭패. 대박휭재한다는 욕심을 가지면 이런꼴 나는가 봅니다. 평소에 수집하는 바른 자세는 바로 마음을 비워야됨을 새삼 새롭게 공부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림은 잘그리긴 잘 그려진 작품입니다.
도깨비뉴스 독자 = 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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