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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혀진 역사, 주목받는 비망록

아진(서울) 2006. 10. 28. 08:33

[미디어오늘 2006-10-27 18:06] 고 최규하 전 대통령

최규하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8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김대중 김영삼 전두환씨 등 전직 대통령이 직접 빈소를 찾아 죽음을 애도했다. 그는 ‘비운의 대통령’ ‘무책임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았던 인물이다. 언론의 평가는 착잡함이 주된 흐름이다. 중앙일보는 지난 23일 <최 전 대통령 국민장을 보는 착잡함>이라는 사설에서 “최 대통령은 왜 그리도 역사의 발목을 붙잡았는가…지도자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엄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규하 그는 누구일까. 1919년 7월16일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난 그는 도쿄 고등사범학교와 만주 국립대동학원을 졸업했다. 해방 이후 관직에 몸을 담은 뒤 외무부 장관, 국무총리 등을 역임하며 출세가도를 달렸다.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숨을 거둔 이후 대통령의 자리까지 올랐다. 그러나 대통령 자리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신군부의 ‘꼭둑각시’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흔들리는 대통령과 함께 현대사도 ‘수렁’ 속에 빠져들었다. 12·12 사태와 5·18 광주 민주화운동은 그의 대통령 재임 중에 일어난 일이다. 한국 언론을 ‘암흑의 시대’로 인도했던 80년 언론인 강제해직 사태 역시 그의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정국의 혼란 속에 8개월만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그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말을 아꼈다. 역사에 판단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었다. 그러나 현대사는 한 개인에게 판단을 맡길 만한 사안이 아니다. 무책임한 대통령 때문에 피눈물을 흘려야 했던 이들은 이 땅의 수많은 ‘민초’들이었다. 전직 대통령 최규하는 세상을 떠났다. 정부는 오는 26일 그의 장례를 국민장으로 치르고 유해를 국립대전현충원 국가원수 묘역에 안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언론은 그를 완전히 떠나 보내지 않았다. 비망록을 남겼을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굴절된 현대사의 숨은 진실이 그의 비망록을 통해 세상에 공개될지 궁금하다. 류정민 기자 dongack@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