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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감독당국 Vs 감사원 `8대 쟁점`

아진(서울) 2006. 6. 20. 18:05

감사원 "부적절한 매각"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20일 감사원의 외환은행 졸속매각의혹 감사결과에 대한 일종의 반박자료를 냈다. 이들은 따로따로 배포한 자료에서 이례적으로 배포배경을 설명하는 등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감사원에 반발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민적 관심사안인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자제해왔지만 감사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당시 상황과 당국의 입장을 투명하게 알리고 싶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명문의 내용은 총괄적이면서도 은연중에 감사결과의 핵심내용에 대한 반박성격을 뚜렷하게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쟁점1=적극적인 투자자 접촉 있었나, 없었나

감사원은 "외환은행이 잠재적 투자자를 제대로 물색하지 않았다"며 "론스타 외에 투자 의향자가 없는 것처럼 재경부 금감위 등에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경부는 이에 대해 "외환은행 경영진이 뱅크원, BNP파리바, CSFB, JP모건체이스, 라보뱅크 등을 접촉했지만 한국경제 불확실성, 현대계열 부실 등으로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HSBC, SCB 등은 외환은행이 부실대출이 많고, 한국경기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거절했고, 뉴브리지캐피탈은 구체적인 투자협상을 진행하다가 외환은행-제일은행간 합병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투자의사를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 쟁점2=`사실상 수의계약`했나

감사원은 "외환은행 매각은 사실상 수의계약방식으로 추진됐다"며 "론스타와 뉴브리지를 예비후보로 정한 뒤 론스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은 재경부 설명과 감사원의 확인결과에 큰 차이가 난다. 재경부는 "뉴브리지 등 여타 기관과도 협의를 병행했다"고 밝혔다. 또 "론스타와 맺은 양해각서에 `다른 전략적 투자자와도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도 외환은행은 론스타와 MOU를 체결한 이후인 2003년 5월까지도 뉴브리지와 자본유치 협상을 병행했다는 주장이다. 다만 공개경쟁 대신 제한적 경쟁방식으로 자본유치를 추진한 이유는 외환은행의 심각한 자본부족 상황이 공개될 경우 예금이탈, 거래고객에 대한 신뢰상실 등 금융시장 안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재경부는 해명했다.


◇ 쟁점3=헐값 매각이었나

감사원은 "외환은행이 회계법인의 자산부채 실사결과를 낮게 조정하고 이를 토대로 매각주간사로 하여금 매각협상기준가격을 산정하게 했다"고 발표했다. 재경부는 이에 대해 "2003년 상반기 외환은행 주가는 외자유치가 가시화되기 이전에는 주당 최저 2,865원까지 떨어졌고, 2003년 4월이후 증자 기대 반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며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매입가(평균 4250원)는 M&A 가능성이 반영된 주가보다도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구주매각가격(주당 5400원)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돼 2003년 7월 평균시가 대비 약 45% 높은 가격이라는 것이다.


◇ 쟁점4=상황호전 왜 반영안했나

감사원은 "실사 이후 경제상황 및 외환은행 경영여건 개선 등이 가격협상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특히 대규모 대출채권을 보유한 SK글로벌 하이닉스 등 경영상황 호전을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경부는 재협상은 오히려 위험부담이 더 컸다고 반박했다. 당시 하이닉스와는 달리 카드채 문제 및 외환카드 부실은 더욱 심화되고 있던 상황에서 가격조건 등에 대해 `재협상`을 추진할 경우 증자 지연에 따라 외환은행 부실이 심화될 우려가 있었다는 것이다. 또 카드부실 악화에 따른 순자산가치의 감소폭이 하이닉스 호전에 따른 가치 증가폭 보다 커, 더 나쁜 조건을 받아 들여야 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반박했다.


◇ 쟁점5=콜옵션 강요했나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론스타가 수출입은행 보유 외환은행 지분 등에 대해 콜옵션을 요구하자 수출입은행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변양호 당시 금융정책국장이 론스타에 유리한 조건으로 콜옵션을 부여했다. 재경부는 그러나 콜옵션 등 매각조건에 대한 협상은 기본적으로 론스타, 수은, 코메르츠 등 협상 당사자들이 자문사의 조언을 받아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최종적으로는 수은이 내부 이사회 의결 등을 거쳐 자율적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 쟁점6=론스타 예외승인 부적절했나

감사원은 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는 론스타에게 은행법 시행령상 예외승인을 적용한 것은 법령 취지를 확대해석한 것으로, 이 과정에서 부실을 과장한 BIS비율을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금감위는 예외승인의 입법취지는 잠재부실은행의 신속한 구조조정 등을 통해 금융시장을 조기에 안정시키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금감위는 ▲당시 불확실한 금융시장 여건 ▲외환은행의 어려운 경영현황 ▲기존 대주주의 추가증자 불가입장 ▲공적자금 추가조성 불가능 ▲재경부의 공식적인 의견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는 것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적기시정조치를 발동한 다음 예외승인 등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는 해당 은행에 대한 시장신뢰를 급속히 하락시킬 수 있다"며 "파급효과가 커 매각협상이 진행중인 은행에 적용키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 쟁점7=예외승인 구두통보는 부적절했나

감사원은 "금감위가 2003년 7월25일 금감위원 9명 중 상임위원 1명 민간위원 2명만이 참석한 비공식 간담회에서 예외승인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냈다"며 "이를 론스타측에 통보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금감위는 그러나 금감위의 기속력있는 최종의사는 `금감위 전체회의`를 통해서만 결정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금감위 간담회 결과의 통보에 큰 의미를 둘 수 없다는 것이다.


◇ 쟁점8=BIS비율 사실상 조작됐나

감사원은 "협상성사 및 증자규모 확대 등을 위해 외환은행 실규모를 과장하는 등 순자산가치를 낮추고 이에 근거한 BIS비율을 산정했다"며 "잠재손실을 최대로 반영토록 회계법인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조작에 가깝다는 뜻이다. 금감원은 그러나 당시 추정된 BIS비율 6.16%는 외환은행의 2003년말 실적치와 비교해 볼 때 부실을 과장한 결과로 보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외환은행은 단순자기자본비율이 크게 하락(02년 말 3.21%→03년 3월말 3.01%)하고, 문제기업(하이닉스, 현대상선, SK글로벌 등)에 대한 여신과다 등으로 향후 경영건전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금감원이 외환은행에서 제출한 BIS비율 전망치(비관적 시나리오 6.2%)를 그대로 인용한 것은 금감위 간담회 보고시까지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금융감독당국의 검증이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비관적 시나리오 가정(1조원)에서보다 많은 약 1조1000억원이 신규로 유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03년말 BIS비율 실적치는 당초 비관적 시나리오하의 전망치(10.2%)보다 낮은 9.3%에 불과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일부에서는 2003년말 BIS비율 실적치가 이렇게 낮아진 것은 외환카드 대손충당금을 의도적으로 과도하게 적립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2003년말 외환카드사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외부실사(삼일회계법인) 결과에서 제시된 방안을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LG 우리 국민 등 당시 카드업계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과 유사한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김수헌 기자 shkim2@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