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스포츠머신

허울뿐인 실세 총재, 오히려 야구계 명예 먹칠

아진(서울) 2005. 11. 27. 23:40
[스포츠서울]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에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이 내정됐다는 설이 야구계에 나돌고 있다. 야구계와 무관한 정치인 출신의 신 전 부의장이 신임 총재로 거론되는 표면적인 이유는 야구계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실세 총재’라는 것. 실제로 지난해 선수들의 병역파동 과정에서 일부 야구계 인사들은 “KBO가 너무 무력하게 대응했다”며 KBO의 ‘정치력 부재’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 낙하산으로 내려왔던 소위 ‘실세 총재’들의 행적을 봤을 때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대다수 전임 총재들은 KBO 총재 자리를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생각했으며, 심지어 현직 당시 비리 등으로 구속돼 야구계 명예를 먹칠한 경우도 상당수였다.
지난 1981년 12월 초대 총재로 선출된 후 88년 임기만료된
서종철씨는 국방부장관 출신으로 당시 전두환 정권의 군출신 배려차원에서 총재로 선임됐다. 이어 3,4대 총재인 이웅희 전 문공부장관은 4년을 재임한 뒤 김영삼 대통령 추대위로 진출했다. 제 5대 총재였던 이상훈 전 국방부장관은 재임 1년2개월만에 율곡비리에 연루돼 구속되며 KBO를 떠났다. 이씨의 뒤를 이은 제 6대 오명 총재는 단 24일 재임한 뒤 교통부장관으로 ‘영전’, 역대 최단명 재임 기록을 세웠다.
제 7대
권영해 총재 역시 국방부장관 출신. 권씨는 9개월 남짓 자리를 지키다 안기부장(현 국정원장)으로 발탁됐다. 이어 8대 총재를 지낸 김기춘씨는 국회 진출로, 9~10대 홍재형 총재는 98년 5월 종금사 인허가 특혜 문제가 불거지며, 11대 정대철 총재는 그해 9월 경성그룹 특혜대출 비리와 관련, 구속되며 각각 자진 사임했다. 이같은 사례를 종합할 때 신임 KBO총재의 최고 덕목은 ‘정치력’이나 ‘간판’이 아닌 ‘야구발전의지’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박경수기자 socio@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포츠서울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