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의 성찰/반성의 기회

참 미안한 내동생!

아진(서울) 2009. 9. 29. 06:52

참 미안한 내동생!

저는 대학을 겨우 졸업하고,
몇 년을 직장문제로 고생을 하다가
그나마 들어간 회사가 부도가 나서 다시 집에서
몇 개월 째 놀고 있는 청년 실업자입니다.

솔직히 집에서 노는 게 편하기도 했습니다.
내 여동생은 예쁜데다 똑똑해서 좋은회사를 다니며
돈 잘 벌고 부지런해 빨래도 해주고 청소도 해주고
장까지 봐오니 맘 편하게 마냥 놀게 되더라구요.

세상 모든 걸 가진 그 아이가 부럽고 당연히
제게 이 정도는 해줘도 되는 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 바보같은 여동생은
하던 프로젝트가 잘못되서
다른 팀원들은 다 퇴사했는데도
혼자 남아서 1년 넘게 회사서 눈칫밥을 먹으며
울면서 다녔다네요.

설상가상으로 동생이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크게 다친것도 아니라면서
병원에 웅크리고 이불만 뒤집어쓰고만 있네요.

우연히...미니홈피를 들어가 보니 오빠도 노는데
자기까지 놀 수도 없고 불경기로 큰일이라며....
괴로운 심정이 절절히 적혀있는걸 보고
저, 진짜 많이 울었답니다.

이 약하고 작은 아이에게 왜
저는 제 짐까지 지게 해야 한단 말인가?

동생이 어서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어제 갔더니 동생이 몇 년 전 유학했던 나라의
정이든 시골마을로 가서 그들과 좀 살고 싶다고 하네요.

지난날...학교에서 돌아오면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러 다니던 그 생활이 정말 그립다고 얘기했었는데
이제는...제가 동생이 그리워하는 그곳으로
돌려보내주고 싶습니다.

- 경수(새벽편지 가족) -

2009.9.29. 새벽밭 편지의 글이다.

가슴에 와 닿는 글이다.

그리고 그 형제와 자매간의 마음이 따뜻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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