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묵상/감명의 글

"자기 남편은 퇴직 언제하니?"

아진(서울) 2007. 7. 17. 16:02

[오마이뉴스 정현순 기자] "우리 남편은 6월에 퇴직했어. 자기 남편은 언제 퇴직하니?"

"우리 남편, 글쎄? 내년일까? 후년일까? 모르겠네."

"그런 대답이 어디 있어. 자기 남편 퇴직도 몰라?"

"그럼 내년쯤 되겠지"


예비군중대장으로 있던 친구 남편이 6월에 퇴직해서 집에 있다고 한다. 난 남편의 퇴직이 언제가 될지 정말 잘 모른다.

내가 남편의 퇴직을 정확하게 모르는 이유는 이렇다. 남편이 다니던 직장을 퇴직한 것은 벌써 4년 전쯤이다. 그러나 남편은 아무런 동요도 없이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 나섰다. 우리 가족 역시 남편의 퇴직에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하지 않았다. 남편이 직장을 다닐 때와 똑같이 생활을 했다. 오히려 남편한테 조금 쉬었다 일거리를 찾으라고 했다.

일주일 정도인가 쉬고 있던 남편은 좀이 쑤셔서 도저히 못 견디겠다면서 어느 날 무작정 집을 나섰다. 저녁 무렵 들어온 남편은 싱글벙글하며 들어섰다. 난 그런 남편에게 "밖에서 무슨 좋은 일 있었어?" "있다면 있는 거지" "뭔데?" 난 남편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았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남편은 "저쪽에 농협중앙회 있지. 그 옆에 건물 새로 짓는 거 있잖아" "응 알아" "나 거기에서 일하기로 하고 오늘부터 일하고 들어오는 거야" "거기에서 당신이 할 줄 아는 일이 뭐가 있어?" "그렇지 않아도 거기 소장이 나보고 일할 줄 아는 거 있냐고 묻기에 무슨 일이든지 다 할 수 있다고 했지" "그래 오늘 무슨 일 했는데?""오늘은 첫날이라고 건축자재 정리하는 일 하고 왔지" 한다.


"힘들었을 텐데" "집에서 노는 것보다 훨씬 낫지. 집에서 할 일 없이 노는 게 더 힘들어. 오랜만에 일하고 들어왔더니 밥맛도 좋고 피곤하다" 한다. 난 그런 남편이 고맙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남편은 그렇게 해서 그곳에서 두 달 정도 일을 하고 생활비를 벌어 나를 주었다. 난 남편이 그렇게 고생해서 벌어오는 돈을 함부로 쓸 수가 없었다. 두 달 정도 지나 그곳의 일이 모두 끝났다.

그 후 남편은 인력사무소란 곳을 찾아가서 등록을 했다. 인력사무소에 등록을 한 다음날부터 남편은 새벽 6시 30분이면 집을 나섰다. 난 그런 남편이 힘들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여 어느 날은 "돈 조금 벌어와도 괜찮으니깐 아파트 경비자리 알아보지. 집에서 놀면 더 힘드니깐 소일거리로" "무슨 소리야, 경비하기는 아직은 너무 젊은 나이지" 한다.

그런데 그때나 이때나 불경기라고 아우성이었는데 정말이지 이상한 일이었다. 남편은 일요일은 필히 쉬고 그 외에 하루 이틀 빼고는 한 달 내내 일을 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물었다. "불경기라 일거리가 없다고 하던데 자기는 왜 매일 일을 나가냐?" "불경기라도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일거리가 있어. 요즘 사람들 조금만 힘들거나 귀찮은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해서 일거리가 없는 거야. 편하고 쉬운 일만 골라서 하려고 하니깐."


남편의 그런 성실함과 노력이 있어서인가. 한 번 일한 곳에서 남편을 찾는 전화가 요즘도 자주 오고 있다. 어떤 곳에서는 1~2년이 지나도 연락이 오는 곳도 있다. 또 정식직원처럼 6개월 이상 다니는 곳도 있다. 남편이 하는 일은 직장 다닐 때처럼 깨끗하고 편한 일은 아니다. 남편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힘들고 지저분한 일도 있다. 또 일거리가 언제 끊길지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남편은 매사에 성실과 정성을 다하고 있다.


남편의 그런 건강한 정신은 아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나이 든 아버지가 자식들한테 손 벌리지 않아 아버지를 볼 적마다 신기하다고 하면서 "우리 아버지 정말 대단하셔" 하며 격려의 말을 잊지 않는다. 건강한 정신으로 일하고 있는 그런 아버지를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며칠 전 TV방송에서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일하는 것이 건강하게 사는 방법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젊은 시절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퇴직하고 지하철 택배를 하는 사람에게 인터뷰를 청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자식들이 창피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인터뷰를 못했다고 패널이 말한 것을 들었다. 그의 자식들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일을 안 하고 있는 것이 더 창피한 것은 아닌지.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화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니 앞으로는 아내들이나 자식들의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정말이지 필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남편은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생활도 하고 아이들하고 외식도 한다. 또 손자들에게 장난감과 맛있는 것도 사주는 재미도 느끼고 있다. 며칠 전 땀을 뻘뻘 흘리고 들어온 남편에게 "힘들어서 어쩌지?" "걱정 마. 아직은 내가 벌어 먹여 살릴 수 있어" 하며 큰소리 빵빵 친다.


남편은 오늘(16일)도 아침 8시에 출근을 했다. 작년에 일한 곳에서 올해도 연락이 와서 그곳에서 벌써 5개월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제2의 인생을 너무나 멋지게 잘살고 있는 남편의 퇴직이 언제인지 아무도 모를 수밖에.


남편의 나이 올해도 꼭 60살이다. 젊은 청년 못지않게 건강한 정신과 몸을 가지고 있는 남편이 자랑스럽고 정말이지 고맙고 고맙다. 그런 남편이 앞으로도 덜도 더도 말고 지금처럼 건강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남편 화이팅!!"

/정현순 기자- ⓒ 2007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런 정신이 우리의 삶을 기쁘게 한다. 신 새마을운동이네...!!!

 

우리의 선진들이 일꾸어 논 풍요

그 은혜를 지금 누리고 있지만

자만은 금물!!!

70년대의 공돌이 공순이 삶을 상기하며

열심히 그리고 

근면 검소하게 남은 생을 기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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