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녹음파일 공개 계속 거부…숨기는 것 더 있나
한겨레 입력 2012.04.10 20:50 수정 2012.04.10 22:30[한겨레]여론 뭇매 의식한듯 "2~3일안에 넘기겠다" 말만
범인 우씨 모자·마스크 안씌우고 사건 검찰 넘겨
유족들 "우리앞에서 한건했다 말하고 웃음" 질타
20대 여성의 납치·살해·주검 훼손 사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무능함 때문에 경찰 조직은 '쑥대밭'이 됐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물러나고 서천호 경기경찰청장까지 사의를 밝혔지만 후폭풍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경찰은 부실 수사 탓에 10일 오전 11시50분께부터 2시간 넘게 수원중부경찰서에서 피해 여성 ㄱ(28)씨의 유족들에게 사실상 '수사보고'를 해야만 했다. 유족들은 "범인 목소리가 담긴 내용을 포함해 녹취내용 전체를 공개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피해 여성이 감금 당시 112센터에 신고했던 상황이 녹음된 일부 내용을 여전히 감췄다. 경찰은 공공정보공개법과 112 운영규칙 같은 법규를 들어 '공개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 8일 "모든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녹취록은 거리낌없이 공개했으면서도 '녹취록 원본'이라 할 녹음파일은 법규를 따지며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긴박했던 사건 현장 상황이 그대로 노출되면, 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을 두려워한 경찰이 또다른 은폐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구심마저 나오는 것이다.
<한겨레> 취재 결과 ㄱ씨를 폭행하는 과정에서 "넌 못 믿겠어!"라는 범인 목소리가 녹취됐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경찰은 "아직 잘 모르겠다"며 "절차와 심의를 거쳐 2~3일 안에 유족에게 녹취파일을 넘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연약한 여성이 납치 직후 112신고를 하고도 엽기적으로 살해됐는데도 경찰이 지금껏 보인 행동은 '상식 이하'였다. 본의 동의 등 112신고의 구조적 결함이긴 하지만, 납치 신고를 받은 지 2시간여가 지나서야 피해자의 신원을 부랴부랴 확인해 주소지를 확인하는 등 부실한 수사를 진행했다. 여기에 허위보고는 물론 거짓 해명까지 덧댔다.
이에 경찰은 경기경찰청 2부장(경무관)을 비롯해 수원중부경찰서장과 형사과장 등 10여명을 대기발령하고 문책을 진행중이지만, 유족들이 경찰청장실을 찾아 항의하고 감찰조사에까지 참여하겠다고 요구한 것은 경찰에 대한 불신의 정도를 잘 보여준다. 특히 피해자의 남동생(26)은 "범인 검거 뒤 경찰관들은 참혹한 현장에 유족이 있는데도, 웃으며 '한 건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경찰의 도덕성까지 들먹였다.
숱한 비난을 받은 경찰은 10일 이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송치했다. 이날 아침 8시30분께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선 범인 오원춘(42·중국동포)씨는 쑥색 점퍼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경찰은 평소 강력범 처리 때와 달리, 오씨에게 모자나 마스크 등은 씌우지 않았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하지 않았다.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 정상환 1차장검사는 "검사 3명과 수사관 4명으로 전담팀을 꾸려 오씨의 범행 일체를 밝히는 것은 물론 부녀자 실종·성폭행·살해 등 다른 사건의 연관성 등을 경찰과 공조해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원/김기성 홍용덕 기자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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