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절규 4분 녹취 숨겼다… 경찰, 수원 성폭행 피살 여성과 ‘80초 통화’는 거짓말

국민일보 | 입력 2012.04.06 18:56

경기도 수원에서 지난 1일 발생한 2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계속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5일 오후 녹취록을 공개하며 피해여성 A씨(28)와의 휴대전화 통화시간이 1분20초가량이었다고 설명했으나 국민일보 취재결과 4분가량의 음성녹취록이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6일 자세한 녹취록 내용을 사건 담당 관련 경찰관들에 대한 감찰결과를 통해 밝히겠다면서 공개하지 않고 있다. A씨가 폭행을 당하는 상황 등이 낱낱이 드러날 경우 더 파장이 커질지 모른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A씨는 피의자 우모(42)씨가 방 밖으로 나간 사이 문을 안으로 잠그고 자신의 휴대전화로 112신고센터에 신고했다. A씨가 자신의 위치를 경찰에 알려준 뒤에 곧바로 우씨가 문을 강제로 여는 소리가 휴대전화에서 들렸다. 이어 A씨가 "잘못했어요. 아저씨 잘못했어요"라고 외쳤다. 경찰은 이런 내용들이 공개한 통화기록의 전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씨가 곧바로 잠긴 문을 강제로 따고 들어왔고, A씨가 놓친 휴대전화는 켜진 채 바닥에 놓인 상황이 4분여간 지속됐다. 휴대전화기에선 일방적으로 A씨가 폭행당하면서 지르는 "악, 악" 비명이 되풀이됐다. "아저씨 살려 주세요"라며 흐느끼는 소리도 있었다. 이 밖에도 대화 내용은 아니지만 청테이프를 찢을 때 나는 파열음도 간간이 들렸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계속 "거기 어딥니까"라는 질문만 반복한 채 속수무책이었다.

경찰은 또 A씨가 112신고센터에 "집에 갇혀 있다"고 '집'이라는 장소를 알려줬는데도 야간이라는 이유로 근처 빈집만을 형식적으로 수색해 초동수사에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다.

A씨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수사에 나선지 13시간 만인 다음날 오전 11시50분쯤 A씨 집에서 700여m쯤 떨어진 중국동포 우모(42)씨의 집에서 A씨는 심하게 훼손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한편 경찰청은 이 사건을 담당한 경기도 수원중부경찰서의 초동대응이 미흡했던 것으로 보고 김평재 수원중부경찰서장과 조남권 형사과장 등 2명을 대기발령하고 감찰에 착수했다.

서천호 경기경찰청장은 이날 오후 긴급 대국민사과를 통해 "경찰의 초동조치 미흡으로 애석하게 피해자가 숨진 것에 대해 유족을 비롯한 국민들에게 사과를 드린다"며 "관련 당사자들에 대한 감찰을 통해 사건의 진실 및 의문점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수원=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

불법체류 중국 조선족의 수원 2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은 경찰 내부의 허술한 대응과 부실보고로 끔찍한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관련 경찰관들은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8일 경찰의 감찰결과에 따르면 서천호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사건 발생 6일 뒤인 7일 오전에야 피해여성 A씨(28)의 절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의 존재를 보고받았다.

특히 사건 지휘 책임자인 김춘섭 경기경찰청 형사과장은 사건 다음날인 2일 오전 12시쯤 살인사건을 보고받고 그 즉시 경기경찰청장에게 보고했다. 김 과장은 시신을 유기하기 전에 범인을 잡은 점만을 강조했다.

김 과장은 8일 오후 경기경찰청 브리핑에서 "지난 2일 오후 사건 현장의 감식 지휘와 수원중부서 수사지도를 위해 녹취록이 있다는 말을 들었으나 내용은 묻지 않았다"고 시인했다.

앞서 1일 오후 10시50분58초 A씨로부터 신고를 받은 경기경찰청 통합112신고센터는 1분20여초 동안 통화를 하다 더 이상 통화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긴급 공청'이 아닌 '일반 공청'을 선택해 6분여 동안 지령실만 듣도록 하는 등 초동조치에 실패했다. 따라서 A씨의 휴대전화는 모두 7분36초간 켜져 있었다.

112신고센터 접수자가 신고자와 긴박한 통화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신고센터 4팀장은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수원중부서 상황관리관도 경기청 112신고센터로부터 '코드-1, 성폭행 진행 중' 지령을 청취했으나 단순 사건으로 판단, 서장에게조차 보고하지 않았다. 수원중부서 형사과장은 사건당일 오후 11시41분 강력7팀으로부터 사건 발생보고를 받았다. 그 역시 단순 성폭행 사건으로 인식해 미숙하게 대처했다.

수원중부서장은 다음날 오전 8시40분 회의에서야 내용을 보고받았다. 수원중부서 동부파출소 순찰 1팀장은 '코드-1' 지령시 현장지휘 지침에도 불구하고 파출소 근무라는 이유로 나가지 않았고, 파출소장에게 지휘보고도 하지 않았다. 112신고 접수시 강력사건 신고자에게 반드시 물어봐야 할 매뉴얼이나 표준질문지도 없었다.

수원=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수원사건-룸살롱비리 잇단 총선악재…조현오 결국 사퇴
    기사등록 일시 [2012-04-09 13:11:43]
【서울=뉴시스】홍찬선 기자 = 조현오 경찰청장이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대청마루에서 지난 1일 수원에서 발생한 20대 여성살해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무성의함과 미흡한 현장대응으로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데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사퇴를 밝혔다. 조 청장이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mania@newsis.com 2012-04-09
【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조현오 경찰청장이 9일 수원 납치살해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조 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대청마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 전반에 대한 잘못과 책임을 통감하며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지난 2010년 8월30일 취임한 뒤 큰 실책없이 임무를 무난히 수행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조 청장의 이날 사퇴는 수원 납치살해사건의 대응미숙과 경찰의 비위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최근 수원 납치살해사건 수사와 관련해 경찰의 무능함과 사건축소, 은폐, 거짓해명 등이 확인되면서 조 청장의 입지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조 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감찰조사 결과 112 신고센터의 무능함으로 인한 상황 오판과 허술한 대처·부실 수색·사건 축소 및 거짓 해명 등 심각한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착잡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른바 '룸살롱 황제'로 불린 강남 유흥업소 업주 이경백(40·수감중)씨와 경찰의 유착비리가 다시 도마에 오르는 등 경찰비위 문제도 사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원칙을 강조한 조 창장의 스타일과 최근 잇따른 경찰비위, 수원 납치살해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맞물리면서 더이상 조 청장이 자리를 보존하기는 힘들었다는게 경찰 안팎의 해석이다.

재직시절 경찰의 비위 척결에 누구보다도 앞장섰고 자존심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조 청장의 모습을 떠올려볼때 임기를 채우면서 비난을 받기보다는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낫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의 사퇴 압박이 작용했다는 설도 있다.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여론압박을 받은 청와대도 더이상 묵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 청장은 이번 사퇴표명이 청와대와 사전 논의없이 자신이 혼자 결정한 사안이라고 했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조 청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이를 곧바로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조 청장이 사의를 표명한지 1시간 남짓만에 청와대가 수용한 것을 보면 사전교감은 어느정도 있었다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건 경위와 경찰의 112 늑장대응 등에 대해 질타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이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국민 사과문의 형식이 당초와 달랐다는 점도 이같은 해석을 가능케 하고 있다.

대국민 사과문에는 자신의 비난과 책임도 회피하지 않겠다는 부분이 중간 부분에 언급돼 있지만 조 청장은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부분에 언급을 하고 사의를 표명했다.

사의 표명하겠다는 언급은 대국민 사과문에 포함돼 있지도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조 청장이 사의 표명을 한만큼 본인의 입장을 수용할 것으로 안다" 면서 "조 청장의 사퇴 시기는 총선 이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청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후임 청장이 인선될 때까지 김기용 경찰청 차장이 직무를 대리한다.

mkbae@newsis.com

 

경찰, 사흘간 10차례 ‘거짓말 퍼레이드’

수색인원·통화시간 등 자고나면 내용 바뀌어

문화일보 | 유민환기자 | 입력 2012.04.09 12:11 | 수정 2012.04.0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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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로그로 내 카페로 고객센터 이동 수원 20대 여성 토막 살인사건을 통해 경찰의 부실 수사와 조직적 은폐 의혹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사건 보도 이후 3일 동안 무려 10차례의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한 사건 보도 이후 각종 인맥을 동원해 취재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해 만남을 요청하는 등 각종 은폐 시도를 벌이기도 했다.(문화일보 4월4일자 8면 참조)

문화일보가 지난 3일 관련 취재를 시작한 이후 경찰은 ▲경찰 수색 인원 ▲경찰 탐문수색 착수 시간 ▲형사과장, 형사계장 등 수사지휘관 도착시간 ▲112통화시간 ▲첩보 입수 시간 등 수사 초동 조치에 관한 대부분의 사항에 대해 거짓 발표를 했다. 경찰이 이처럼 3일간 10차례에 걸쳐 거짓말을 함으로써 피해자의 유족들은 물론 시민들 사이에서 경찰이 자신들의 잘못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일보는 3일 경찰이 사건 발생 당일인 1일 오후 10시50분 112신고를 접수했음에도 13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현장을 발견한 것에 대해 탐문수색에 허점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경찰은 애초 "신고 전화로는 15초가량 통화가 돼 위치 파악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후 1분20초, 4분, 7분36초로 통화시간을 정정했고 피해자 곽모(28)씨도 경찰 발표와 달리 "못골놀이터에서 지동초교 가는 길에 있는 집"이라고 범행장소를 정확히 특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경찰은 "경찰 병력 35명이 신고 접수와 함께 탐문 수사를 벌였다"고 밝혔으나 실제 신고 접수 직후 투입된 경찰병력은 9명이었고 이후 순차적으로 인원을 늘려 다음 날 오전 7시에야 35명의 병력이 투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때부터 본격적인 탐문 수색도 시작됐다.

 

형사과장 현장 도착 시간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형사과장은 "2일 오전 2시에 현장에 갔다"고 말했으나 실제 도착 시간은 사건 발생 10시간이 지난 다음 날 오전 9시였다. "남녀가 싸운다"는 결정적 제보를 받은 시각도 경찰은 2일 오전 11시라고 발표했지만 실제 9시20분에 관련 내용을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112센터 공청과 소방서 위치 추적 요청도 당초 발표와는 거리가 있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인맥을 동원해 문화일보 취재기자들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만나서 할 얘기가 있다"고 만남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경찰서 내부에서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는 논의가 있지 않았냐는 강한 의혹이 나오고 있다. 수사를 총지휘해야 할 경기청장에게 7분짜리 녹취록이 보고된 것도 6일이 지나서였다. 한편 경찰이 사건 발생 다음 날 오전 1시에 언니를 통해 동생 실종을 확인하는 등 허위 신고 여부를 파악하는 데만 2시간이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 = 유민환·장병철·이근평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