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대청마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 전반에 대한 잘못과 책임을 통감하며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지난 2010년 8월30일 취임한 뒤 큰 실책없이 임무를 무난히 수행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조 청장의 이날 사퇴는 수원 납치살해사건의 대응미숙과 경찰의 비위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최근 수원 납치살해사건 수사와 관련해 경찰의 무능함과 사건축소, 은폐, 거짓해명 등이 확인되면서 조 청장의 입지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조 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감찰조사 결과 112 신고센터의 무능함으로 인한 상황 오판과 허술한 대처·부실 수색·사건 축소 및 거짓 해명 등 심각한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착잡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른바 '룸살롱 황제'로 불린 강남 유흥업소 업주 이경백(40·수감중)씨와 경찰의 유착비리가 다시 도마에 오르는 등 경찰비위 문제도 사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원칙을 강조한 조 창장의 스타일과 최근 잇따른 경찰비위, 수원 납치살해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맞물리면서 더이상 조 청장이 자리를 보존하기는 힘들었다는게 경찰 안팎의 해석이다.
재직시절 경찰의 비위 척결에 누구보다도 앞장섰고 자존심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조 청장의 모습을 떠올려볼때 임기를 채우면서 비난을 받기보다는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낫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의 사퇴 압박이 작용했다는 설도 있다.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여론압박을 받은 청와대도 더이상 묵과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조 청장은 이번 사퇴표명이 청와대와 사전 논의없이 자신이 혼자 결정한 사안이라고 했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조 청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이를 곧바로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조 청장이 사의를 표명한지 1시간 남짓만에 청와대가 수용한 것을 보면 사전교감은 어느정도 있었다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건 경위와 경찰의 112 늑장대응 등에 대해 질타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이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국민 사과문의 형식이 당초와 달랐다는 점도 이같은 해석을 가능케 하고 있다.
대국민 사과문에는 자신의 비난과 책임도 회피하지 않겠다는 부분이 중간 부분에 언급돼 있지만 조 청장은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부분에 언급을 하고 사의를 표명했다.
사의 표명하겠다는 언급은 대국민 사과문에 포함돼 있지도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조 청장이 사의 표명을 한만큼 본인의 입장을 수용할 것으로 안다" 면서 "조 청장의 사퇴 시기는 총선 이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청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후임 청장이 인선될 때까지 김기용 경찰청 차장이 직무를 대리한다.
mkbae@newsis.com
경찰, 사흘간 10차례 ‘거짓말 퍼레이드’
수색인원·통화시간 등 자고나면 내용 바뀌어
문화일보 | 유민환기자 | 입력 2012.04.09 12:11 | 수정 2012.04.09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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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블로그로 내 카페로 고객센터 이동 수원 20대 여성 토막 살인사건을 통해 경찰의 부실 수사와 조직적 은폐 의혹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사건 보도 이후 3일 동안 무려 10차례의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또한 사건 보도 이후 각종 인맥을 동원해 취재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해 만남을 요청하는 등 각종 은폐 시도를 벌이기도 했다.(문화일보 4월4일자 8면 참조)
문화일보가 지난 3일 관련 취재를 시작한 이후 경찰은 ▲경찰 수색 인원 ▲경찰 탐문수색 착수 시간 ▲형사과장, 형사계장 등 수사지휘관 도착시간 ▲112통화시간 ▲첩보 입수 시간 등 수사 초동 조치에 관한 대부분의 사항에 대해 거짓 발표를 했다. 경찰이 이처럼 3일간 10차례에 걸쳐 거짓말을 함으로써 피해자의 유족들은 물론 시민들 사이에서 경찰이 자신들의 잘못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화일보는 3일 경찰이 사건 발생 당일인 1일 오후 10시50분 112신고를 접수했음에도 13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현장을 발견한 것에 대해 탐문수색에 허점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경찰은 애초 "신고 전화로는 15초가량 통화가 돼 위치 파악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후 1분20초, 4분, 7분36초로 통화시간을 정정했고 피해자 곽모(28)씨도 경찰 발표와 달리 "못골놀이터에서 지동초교 가는 길에 있는 집"이라고 범행장소를 정확히 특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경찰은 "경찰 병력 35명이 신고 접수와 함께 탐문 수사를 벌였다"고 밝혔으나 실제 신고 접수 직후 투입된 경찰병력은 9명이었고 이후 순차적으로 인원을 늘려 다음 날 오전 7시에야 35명의 병력이 투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이때부터 본격적인 탐문 수색도 시작됐다.
형사과장 현장 도착 시간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형사과장은 "2일 오전 2시에 현장에 갔다"고 말했으나 실제 도착 시간은 사건 발생 10시간이 지난 다음 날 오전 9시였다. "남녀가 싸운다"는 결정적 제보를 받은 시각도 경찰은 2일 오전 11시라고 발표했지만 실제 9시20분에 관련 내용을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112센터 공청과 소방서 위치 추적 요청도 당초 발표와는 거리가 있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인맥을 동원해 문화일보 취재기자들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만나서 할 얘기가 있다"고 만남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경찰서 내부에서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는 논의가 있지 않았냐는 강한 의혹이 나오고 있다. 수사를 총지휘해야 할 경기청장에게 7분짜리 녹취록이 보고된 것도 6일이 지나서였다. 한편 경찰이 사건 발생 다음 날 오전 1시에 언니를 통해 동생 실종을 확인하는 등 허위 신고 여부를 파악하는 데만 2시간이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 = 유민환·장병철·이근평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