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 비서가 치밀하게… 단독 범행으로 보기 어려워
- 한국일보
- 입력 2011.12.03 02:39
- 사상 첫 선거방해 사이버테러 4명 검거
출근전 투표소 확인할 시간대에 공격 시작… "젊은층 투표율 떨어뜨리기 위해" 추측
예행연습하고 무선인터넷 사용 추적 따돌려
10ㆍ26 재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대한 사이버 공격 사건이 여당 의원실 직원의 소행으로 확인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선거 방해 범행의 목표는 무엇인지, 과연 배후는 없는지 등 의문도 잇따르고 있다.
사이버 공격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최구식 의원 비서 공모(27)씨 등 4명은 공격 예행연습까지 했다. 공씨는 선거 전날인 25일 밤 동향(경남 진주) 친구이자 홈페이지 제작업체 A사 대표로 있던 강모(25)씨에게 전화를 걸어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해줄 수 있느냐"고 의사를 타진했다. "가능하다. 기다려 보라"고 답한 강씨는 바로 회사 직원 김모(26)씨에게 전화를 걸어 선관위 홈페이지 '연습 공격'을 지시했다.
해킹 당한 전례가 없던 선관위 홈페이지는 분산서비스거부(DDoSㆍ디도스) 공격이 이뤄지자 26일 오전 1시쯤 마비됐다. 강씨의'능력'을 확인한 공씨는 "오전에 공격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는 평소 '특정 도박 사이트 업체의 의뢰를 받아 경쟁 업체 사이트를 공격해 주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해왔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공격은 오전 5시 50분 시작됐다. 투표가 시작되기 10분 전으로, 미처 투표소가 어딘지 확인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자신의 투표소를 찾아보기 위해 사이트를 방문할 시간이었다. 서서히 부하가 걸리기 시작한 서버는 버티지 못하고 결국 6시 15분에 다운됐다. 범인들의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공격은 오전 11시까지 5시간가량 이뤄졌지만 실제 마비 현상은 8시 35분까지 2시간 20분 동안 지속됐다.
이들의 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 '원순닷컴'(www.wonsoon.com)도 26일 오전1시47분부터 1시59분까지 1차 공격을 받은 데 이어 오전 5시50분부터 6시52분까지 2차 공격을 받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박 후보 측에서 수사 의뢰를 해오지 않아 심증만 가지고 있었지만 공격 시간대가 비슷한 점 등을 추궁한 결과 공범 3명으로부터 자백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경찰은 박 시장 측으로부터 자료를 제출 받아 범인들의 혐의를 입증할 계획이다.
윗선 지시 없었나
이들의 공격 방법은 서버에 부하를 걸어 다운시키는 비교적 손쉬운 수법이다. 하지만 추적을 따돌리기 위한 수법만큼은 수준급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범행에 무선인터넷만 사용하고 여러 서버를 경유하는 방법으로 IP 주소를 세탁해 추적을 따돌렸다"며 "여느 디도스 공격과 구분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수법 때문에 수사에는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궁금하고도 중요한 부분은 이들의 배후가 있느냐 하는 점. 범인들은 "공씨가 25일 밤 늦게 공격을 의뢰했다"고 진술했다. 의도되지 않은 우발적 범행이라고 볼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선관위뿐만 아니라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까지 함께 공격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를 무시할 수 없다.
더구나 의원실 말단인 20대 나이의 9급 비서가 선거에 영향을 끼칠 엄청난 범행을 단독으로 계획했다고 보기에는 공격이 너무 치밀했다. 최 의원과 범인 4명은 모두 동향이지만 사전에 어느 정도로 가까웠는지도 아직 경찰 수사에서 규명되지 않았다.
경찰도 배후 규명에 수사를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공범 3명은 체포한 지 이틀, 공씨는 만 하루밖에 지나지 않아 범행 동기나 정치적 목적 등은 파악하지 못했다"며 "공씨 집에서 압수한 수첩 분석, 관련자 계좌 추적 등을 통해 배후와 범행 목적 등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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