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묵상/감명의 글

아버지

아진(서울) 2008. 1. 28. 08:18

아버지란 돌아가신 뒤에도 두고두고 그 말씀이 생각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돌아가신 後에야 보고 싶은 사람이다.

아버지는 결코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가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체면과 자존심과 미안함 같은 것이 어우러져서

그 마음을 쉽게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웃음은 어머니의 웃음의 2배쯤 농도가 진하다.

울음은 열 배쯤 될 것이다.

아들, 딸들은 아버지의 수입이 적은 것이나,

아버지의 지위가 높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이 있지만,

아버지는 그런 마음에 속으로만 운다.

아버지는 가정에서 어른인 체를 해야 하지만,

친한 친구나 맘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소년이 된다.

아버지는 어머니 앞에서는 기도도 안 하지만,

혼자 車를 운전하면서는 큰소리로 기도도 하고 주문을 외기도 하는 사람이다.

어머니의 가슴은 봄과 여름을 왔다갔다하지만,

아버지의 가슴은 가을과 겨울을 오고간다.

아버지! 뒷동산의 바위 같은 이름이다.

시골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크나 큰 이름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주는 글

나는 지금 이글을 쓰고 있다.

너의 아버지로서...

너는 한 아들의 아버지가 되기 전에는

아버지라는 말의 의미를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아버지라는 말 속에는 말로 형용할수 없는 기쁨 너머 기쁨의 존재이며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심장에서는

감동 이상의 사랑이 있다는 사실을 너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아버지가 됨으로써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란

그가 가지고 있는 것 이상으로 아들을 잘 되게 하고 싶고

아들에게 무언가 좋은 것을 지니게 하고 싶고

아들의 손에 희망을 안겨 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또한 너는 아들에게 떳떳하게 보여 줄 수 있는 자랑스러운 남자가 될수 없을때

아버지의 마음이 얼마나 쓰린지도 모를 것이다.

너는 지금 네 앞에 서 있는 아버지나 또는 이 세상을 떠나게 된 아버지가

네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결코 너를 떠나지 않고

온갖 정성을 다해서 너를 보살펴 주었던 남자의 모습이었음을 알게 될것이다.

남자가 되는 것은 커다란 특권인 동시에 커다란 짐이기도 하다.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이어지는 끈에는 핏줄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데

그것이 분명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진정한 남자다움으로 자기 존중,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마음이다.

남자다움을 어떻게 말로 다 담아 내겠는가?

우리는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말을 하기가 힘든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의 인생은 수천 개의 사소한 일에 눈속임으로 가려지고

우리 영혼을 대신 불러 줄 시인들조차

일상에 대한 고민으로 침묵을 강요당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의 심장에서 살아 있는 노래

완전한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 그 노래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우리는 믿음도 없이 충고만 가득차 있는 자신을 발견할 뿐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는 나는 너에게 진심으로 말하고 싶다.

나에게 해답은 없다.

하지만 나는 네가 나에게 무엇을 묻고자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다.

나는 네가 세상과 투쟁을 하고 진실을 발견하고

정상에 오르려 안간힘을 쓴다는 사실과

또한 너의 눈동자와 너의 성장 과정속에 내 모습이 보인다는 것을 안다.

너의 아주 속 깊은 곳에는 언뜻언뜻 내 모습도 발견되곤 한다.

나는 그것을 나누고 싶다.

나 역시 걸음마를 배웠고 달리기와 넘어지는 것을 배우며 자랐다.

나에게도 첫 사랑이 있었다.

두려움과 분노와 슬픔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도 맛보았다.

실연을 당한 적도 있으며

신의 손이 내 어깨 위에 와 닿는 것 같았던 순간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비통한 눈물과 기쁨의 눈물도 흘렸고

또 그 눈물을 내 힘으로 닦아 내기도 했었다.

다시는 빛을 보지 못하리라는

절망의 어두운 구렁텅이에서 보냈던 시절도 있었다.

발을 구르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내가 알고 지내는 모든 사람들을 껴안고 싶었던 환희의 순간도 맛보았다.

커다란 우주의 신비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해지는 내 자신의 대한 허무를 느꼈었고

또 아주 사소한 일때문에 불같은 분노가 솟구쳤던 순간도 겪었었다.

제 몸 하나 가눌 힘도 없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도운 적도 있었으며

또 거리 한 구석에 앉아 도와달라고 손을 내미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모른척 스쳐 지나간 적도 있었다.

그리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던 일을 스스로의 즐거움에 빠져 열심히 한적도 많았다.

나 자신이 비천한 야바위꾼이나 실패자로 여겨져 절망한 적도 있었다.

나는 위대한 이상의 불꽃 속으로 뛰어들기도 했으며

또 비정한 범죄의 어둠속으로 자신을 끌고 가기도 했었다.

다시 말해 나는 너와 똑같은 하나의 인간인 것이다.

이제 너는 너 자신의 세상을 향해 걸음을 떼고 자신의 시간을 통과해 나가겠지만

나를 향해 떠올랐었던 바로 그 태양이 너의 앞에 떠오를 것이며

너의 인생이 지나가는 동안 내가 보냈던 것과 똑같은 계절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임을 나는 알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다를 수도 있지만 우리는 또한 언제나 똑같을 것이다.

내가 인생에서 얻은 교훈을 너에게 들려 주고 싶은 이유는

네가 훗날 이 교훈을 너의 아들에게 다시 가르쳐줄 수 있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단지 너를 내 속에 가두어 놓기 위함은 절대 아니다.

네가 너 자신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기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은 진실을 밝혀줄 것이며

이 진실이야말로 우리 두 사람보다도 훨씬 위대한 것이다.

만약 그 진실들이 너의 나날들에 계속되는 동안

내가 너의 옆에서 같이 걸을 수 있기를 허락한다면

나는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너의 아버지가 되는 것은 내가 받은 모든 명예 중에 가장 큰 명예이다.

너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나에게 순간의 신비를 만지게 해주며

나의 사랑이 성숙한 인간으로 변해 가는 것을 지켜보게 만들어준다.

만약 나에게 단 한가지 소망만이 허락된다 해도

나는 내 사랑이 언제나 너를 향해 따라다니게 해 라는 소망을 가질 것이다.

인생에서 그 이상 소중하고 큰 것은 없기 때문이다.

 

켈트 너별 / 메다드 라즈에 세상을 바꾸는 작은 관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