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젼 24시/감사와 평안

이제, 고백하려 합니다

아진(서울) 2007. 5. 22. 08:28

저에겐 아주 소중한 친구가 있습니다.

한참 방황하던 중학교 2학년 때,

패싸움을 하고 담배를 피워서

학교에서 무기정학 처분을 받아

한 살 어린 동생들과 같은 학년으로

복학을 하게 되었을 때 알게 된 친구입니다.


그 애는 학교에 1년 일찍 입학해서

저보다 두 살 어립니다.

평소엔 장난도 잘 치고,

귀여운 애기 같다가도

어떤 때 보면 누나 같이,

엄마 같이 어른스럽습니다.


다른 중학교에 다녔지만

RCY(청소년 적십자)활동으로

종종 만날 수 있었던 그 친구는

저의 비뚤어진 생각을 다듬어 주고

제가 엇나가려 할 때마다

말없이 막아서 주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다들 저를 무서워해서

건드리지 않을 때도 단호하게

저의 행동을 바로잡아 주던

그런 간 큰 녀석입니다.


그 애는 저와는 너무도 다른 아이입니다.

공부도 잘했고, 책을 많이 읽어 아는 것도 많고

놀기도 잘 노는 팔방미인입니다.

동물을 무척 사랑하고 봉사활동도 많이 다닙니다.

늘 겸손하고 성격도 좋아 모두들 좋아합니다.


그 애가 항상 저를 잡아준 덕분에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지금은 대학에도 다니고 있습니다.

과거를 생각하면 정말, 꿈같은 일이지요.


그런데 단 한 가지 그 애가 모르는 게 있습니다.

제가 얼마나 자기를 좋아하는지,

지금까지 6년이 넘게 자기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그 애는 모릅니다.


혼자 탈 땐 마음껏 스릴을 즐기는 오토바이도

뒤에 그 애를 태웠을 땐 얼마나 조심하며

운전하는지... 그 애는 모릅니다.


어릴 적엔 그 애와 제가 너무도 달라서,

제가 너무 부족해서 괜한 두려움에

고백하지 못했습니다.

항상 명랑하고 착한 그 친구를 좋아하던

남자 애들이 많았던 것도 한 이유겠지요.


하지만 늘 저를 챙겨주고 저의 얘기를 들어주는

그 친구에게 이제 고백하려 합니다.

지금까지 많이 좋아했다고... 사랑한다고요.

지금까지 저에게 힘이 되어 준 것처럼

이제는 저도 그 애에게 힘을 주고

웃음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요.


저의 외사랑을 응원해 주세요.


- 한남자 -

 

2007.5.22. 새벽밭 편지의 글인데 ... 마음에 와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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