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진(서울) 2017. 5. 17. 06:38

오래전 신혼 초에 생활 여건이 어렵던 시절에 나는 아내와 함께 부산에서 몇년 간 살았었다.

그야 말로 자수 성가식 삶을 살던터라 모든것이 힘들었지만 지금와서 생각하니

그 때가 가장 행복 했었던것 같다.

이발소 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아내는 내 머리를 깍아 주었고 할 수 있는 일이면 뭐든지 닥치는대로 하였다.

그러다 명절에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찿아 뵙기 위해 열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교통비가 없어서 나와 어린 딸만 내 무릎에 앉힌채 가야 했었다.

부모님께 가서 밥상을 대하는데 여러가지 반찬들이 놓여 있었다.

우리는 김치 한가지로 하루하루 살아 왔는데 많은 반찬은 아니였지만 잔치 집 같은 느낌이 들어었다.

지금은 작고하셨지만 나의 형편을 아시는 아버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든든해 보이지"

"그럴꺼야"

어려운 보릿고개 시절을 보내셨던 아버님이 나를 이해 하신듯 말씀하셨다.

지금은 30년도 더 지난 세월 속에서 그 때에 비하면 풍족 하기가 그 때와는 비교가 안되는 형편이 되었지만 그 때보다 마음의 여유와 평안은 더 없어진 것 같다.

내가 믿는 하나님 아버지는 없는게 없으신 분이시고 나에게 가장 든든한 분으로 내 곁에서 나를 지켜 주시고 계신데도 불구하고 그 옛날 보다 마음에 평화를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그 때에는 오직 주님만 계시면 된다는 믿음으로 살았지만 지금은 더 풍요를 요구하는 나의 욕심과 못난 자아가 나에게서 평강의 기쁨을 빼앗아 간 것 같다.

하나님의 평화는 있고 없음에 문제가 아니라 소망 가운데 자족할 줄 아는 마음 상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 한 분이면 모든 것이 였던 내가 이제 연약한 믿음+욕심=염려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에 자족 할 줄 아는 내가 되어지기를 기도하며 오늘도 주님이 주시는 평강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