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기로 치면 우리는 인생의 전반전에 1골을 먹고 괴로워했습니다. 하지만 새혼 이후 후반전엔 상대를 인정하고 상대에게 헌신하는 삶 속에서 동점골을 넣고 이로 인한 귀한 열매로 역전골까지 넣어 그야말로 역전승의 인생을 살기로 약속했습니다.” 강형태(53·온누리 진새골교회 안수집사)·황영미(50·〃집사)씨 부부는 새혼 3년차다. 새혼은 새로운 삶을 다시 출발한다는 의미로 가정사역단체인 ‘진새골 사랑의 집’에서 재혼을 대신해 사용하는 말이다.
사별, 불가항력적인 이혼으로 10년 이상을 한 부모로 자녀를 키워온 이들 부부는 2006년 운명적인 만남으로 새 가정을 이뤘다. 그해 9월 강씨는 인터넷 카페 ‘싱글크리스찬3050모임’(이하 싱크모) 참석 두 번 만에 황씨에게 호감을 갖게 됐다.
“진새골에서 운영하는 싱크모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면 상대를 선택하는 관점과 기준을 정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요. 어느 정도 사람 됨됨이를 간접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게 되지요.”
이들 부부는 경기 광주시 진새골에서 싱크모 번개모임을 준비하던 중 서로가 마음에 들어왔고 순간 자신 앞에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랍고 반가웠다고 고백한다.
“항상 하나님께 배우자에 대해 기도해 왔는데 정말 하나님께서 그때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을 만나게 해주셨어요.”
황씨는 배우자 기도를 할 때 외로움에 절절매본 사람을 만나게 해 달라고 했다. 교회에 나가도 항상 따돌림을 받는 기분이었고 다 큰 아이들이 없는 집에서도 언제나 혼자였다. 주변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로 진솔하게 대화를 나눌 사람도 없었다. 그만큼 서로의 처지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나는 게 중요했다.
언제나 부모의 행복만을 소원하던 자녀들은 새혼을 적극 권유했다. 3개월 후 매주 토요일 싱크모 정기모임이 열리는 서울 구의동 CS프라자에서 새혼식을 가졌다. 새혼식은 진새골 사랑의 집 이사장인 주수일 장로, 가정사역 프로그램 강사인 김철해 목사 주재로 조용하지만 품위 있게 회원들의 뜨거운 열기와 성원 속에 진행됐다. 자녀들은 축복송을 불렀다.
현재 큰아들 김무궁(26)씨는 카이스트 4학년에 재학 중이고 동갑내기 두 딸 김무진·강혜영(24)씨는 회사원, 막내 강인호(21)씨는 대학 1년을 마치고 강원도에서 군복무 중이다. 자녀들은 영화도 보러 다니고 여행을 함께 다닐 정도로 정이 돈독하다. 황씨는 두 사람의 새혼으로 친구를 만들어준 거 같다며 미소 지었다.
강씨는 “새혼을 하려는 사람들은 자녀가 있으면 꺼리는데 이기적인 생각”이라며 “상대방의 자녀는 짐이 아니고 축복”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언제나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애쓴다. 한 부모의 자녀로 정신적인 충격과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상처가 많고 위축됐던 아이들이 행복한 부모의 모습을 보며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란다. 또 살아온 방식이 다르고 혼자 살면서 해왔던 습관이나 생각이 달라 오해로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하루를 넘기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는 새혼 가정의 75%가 다시 깨지는 이유는 추억이나 자녀의 끈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준비도 없이 허겁지겁 서두른 이유도 있지만 서로 추억의 끈이 없어 쉽게 다시 헤어진다는 것이다. 그는 싱크모 모임에서 새혼 팀장을 맡아 고민을 함께 해결하고 ‘추억 만들기’란 주제로 영화도 보고, 공원 걷기 등도 한다.
부부는 스태프로 가정사역을 섬기며 함께 추억을 만들고 있다. 결혼 후 1년간 논산에서 가정사역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교회와 사역기관에서 교육도 받았다. 이제는 진새골의 부부업그레이드 세미나의 스태프로서 섬기고 찬양도 인도한다. 피부미용사로 일하고 있는 황씨는 고객들에게 결혼 전에 꼭 예비 부부학교나 가정사역 프로그램을 찾아서 공부하라고 적극 소개한다. 강씨도 “새혼이나 결혼 전에 꼭 준비해야 한다”며 “가정사역 프로그램을 듣고 먼저 이기심을 버리고 나 자신이 변화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매일매일 더 큰 사랑을 쌓으며 미래를 준비하는 부부의 얼굴에서는 행복한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